이회창 전총재 출마 명분 적합치 않아 :: 2007/11/09 13:47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40여일 남겨 놓고 대선 판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경선 후 두 달이 지나도록 내분 상태이고, 이 와중에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으로 보수 세력은 '동족상잔'으로 치닫는 형국입니다. 양자 구도를 만들려고 애쓰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3위로 밀려나면서 경쟁권에서 멀어지고 다른 범 여권 후보들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세대로 알려진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 보고 있으며, 또 어떤 후보를 선호하는지 알아 보기 위해 조그만 좌담을 마련했습니다.
이혁(42) 사회복지법인 사랑그린 이사
윤치호(39) 현대리서치연구소 박사
서상범(24)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재학
윤여준) 이번 대선은 다른 대선과 달리 초반부터 참 특별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권 여당은 당을 해체하고 새로 만들면서 언론으로부터 ‘시장 바닥 야바위’라는 혹평을 받았고 야당은 ‘지독한 경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지요. 군소 후보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경우도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혁) 이게 선거가 맞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고 나서 다섯 번째로 치르는 대선인데 가장 수준이 낮은 선거 같거든요. 사실 40대는 386 세대이기도 하지만 오렌지족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거든요. 이념적인 부분에서 아주 현실적인 부분까지 다 겪었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겪었던 네 번의 대선을 보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각 후보마다 뚜렷한 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대선후보들의 경우는 차별화된 정책이나 전략도 없이 맥 빠진 선거라는 느낌이 들죠.
서상범) 저는 2002년 이후 두 번째로 대선을 겪게 되는데 지금 대선도 정책 대결 보다는 네거티브 같은 이미지 중심의 선거로 간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실망스럽습니다. 지난 대선보다는 지역적인 색깔이 많이 빠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윤치호) 정치와 사회가 건강해지고 다양해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는 언론을 통해서만 이슈가 만들어졌는데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개인들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게 되었지요. 예를 들어 시골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는 시인이 자기 시를 전국적으로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처럼 개인들의 의견이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 많은 후보들이 나온 것도 애국심만 있다면 누구나 나올 수 있다는 뭐 그런 자신감에 근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윤여준) 최근까지 이명박 후보가 5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해 왔고 여권 후보 지지율은 그의 반도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이명박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상범) 이명박 후보가 서울 시장 할 때 보여줬던 가시적 성과들이 국민들 뇌리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성과가 좋건 나쁘건 간에 워낙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다 보니 정치에 대한 관심과 상관없이 국민들 뇌리 속에 남아 있는 거지요.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대 급부의 표도 꽤 있다고 봅니다.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반 노무현을 외치며 정당을 깨고 나온 다음 범여권의 대선 후보로 뽑히자 마자 다시 노 대통령에게 손을 잡자고 하는 모습이 매우 실망스럽게 보였습니다.
이혁) 예전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들이 대통령이 되었잖습니까. 그래서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권위주의를 타파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권위를 타파하고 권위주의는 오히려 살린 형국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권위를 세워야 하는 거잖아요. 실제로 대통령에게는 강력한 권위와 리더십이 필요하고 국민들도 그런 것을 희망합니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권위 자체를 깨다 보니 정동영 후보 같은 사람들이 당 내에서도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었던 거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는데 정치에서는 그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차선으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윤여준)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면서 탈 여의도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상범) 국민들 머리 속에는 여의도에 있는 사람들은 못 믿을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명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가진 국민들의 표를 모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했던 전략이었을 겁니다.
윤치호)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 전대표 보다 정치적인 배경이 약합니다. 기반이 약하다 보니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면서 기존 정치 세력과 차별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 강점이 경제 대통령,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CEO라는 것이었고 탈 여의도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 뒤에는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겠다, 내 판을 다시 짜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숨어 있다고 봅니다.
이혁) 이명박 후보는 박정희 시대 때부터 재벌 기업의 CEO였고,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의 부패 고리를 직접 겪었을 겁니다. 실제로 많이 겪어 봤기 때문에 부패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탈 여의도 정치라는 건 여의도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기존 여의도에서 벌어진 정치 속성을 벗어나자는 것이니까요. 물론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매서운 소리로 들렸겠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윤여준) 국민들도 탈 여의도 정치의 필요성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하는 것 같더군요. 이명박 후보는 처음부터 경제 대통령을 주장했고 정동영 후보는 평화 담론을 얘기했는데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둘 중 어느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서상범) 둘 다 무척 바라는 것 같긴 합니다만,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때문에 워낙 욕을 먹다 보니 그 반대 쪽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후배들 얘기를 들어봐도 그렇더라고요. 저는 십대 후반일 때 경제 보다는 이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서 후배들도 그럴 거라고 짐작했는데 실제로 물어보면 놀랍게도 효율성을 챙겨야 하지 않느냐는 현실적인 얘기들을 하더군요. 시대가 사람들의 생각을 참 많이 바꾸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윤치호) 젊은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이제 막 이십 대 초반이 된 세대들은 그 부모님들이 IMF를 겪으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돈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편 정동영 후보가 평화라는 철학적 가치를 주장하고 나온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경제에 대해서는 얘기를 해도 비교가 안되니 결국 다른 철학적 가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윤여준) 그래서 정동영 후보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전쟁 세력과 평화 세력과 같이 이분법적으로 나누려고 하는데, 그게 선거 전략으로 효과가 있을까요?
서상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유권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별 효과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윤치호) 이분법은 가장 택하기 쉬운 방법이라고 보고, 정동영 후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데, 저 역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혁) 어찌 보면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경제나 평화 어느 한 쪽을 주장한다고 해서 다른 한 쪽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잖아요. 결국 경제와 평화 둘 다 해야 하는 겁니다. 이명박 후보가 경제 대통령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국민들이 경제 대통령 이미지만 봤다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될 때 지지율이 떨어져야 하거든요. 그런데도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는 건 국민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는 겁니다. 탈 여의도 정치가 그 대표적인 것이겠지요. 정동영 후보의 이분법적인 논리는 아이러니한 부분이 좀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 캠프에 있는 많은 분들이 민주화 운동 출신들인데 이 분들이야 말로 이분법적 사고의 피해자거든요. 그런데 욕하면서 배운다고 그 전략을 지금 그대로 사용하는 겁니다.
윤여준) 이분법적인 사고이긴 한데 (웃음) 대통령 후보에 대해 도덕성과 능력을 놓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어요?
윤치호) 정치는 절대 선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능력을 선택하겠습니다.
서상범) 저도 능력을 선택하겠습니다. 민주주의 자체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혁) 능력하고 도덕성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도덕성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당에서 도덕성 문제를 말해도 먹히지 않는 것이 변양균 전 실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 같은 권력형 부패 때문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여권 후보와 직접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들은 예민하게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덕성 문제를 얘기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정서적 반감도 커지는 겁니다.
윤여준) 지난 번 한나라당 경선 때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했잖아요. 대학생들도 그 경선에 대해 화제를 삼아 얘기하기도 했나요?
서상범) 제가 정치를 전공하다 보니 주변에서 참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정말 못 봐주겠다는 의견도 있는 한편 믿었던 사람들이 왜 저럴까 하는 의견도 있었어요. 한편에서는 소수지만 저거 분명히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싸우다 보면 언론에 자신들의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자연히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적어질 테니,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라고 보는 사람도 있었어요.
윤여준) 과거에도 선거 때면 네거티브를 강하게 했잖아요? 지난 번 선거만 해도 거짓말까지 만들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본선도 아니고 경선인데 같은 당 사람들끼리 저럴 수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언론에서도 그렇고 요즘 정책 대결을 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후보들의 정책에 관심이 있나요? 예를 들어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서상범) 어떤 얘기를 하는지 저는 관심 있게 보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후보의 사교육법 개정, 자율고 같은 얘기들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윤치호) 국민들은 자기한테 실제로 혜택이 오는 정책이 아니면 다른 정책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저만 해도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서 육아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후보가 있었다면 그 후보를 찍었을 겁니다. 실제적으로 제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구체적인 혜택 보다는 큰 줄거리만 얘기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 정책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윤여준) 사실 정책을 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할까 말까를 결정하는 게 좀 어렵지요?
윤치호) 정책을 비교할 만한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책이 대부분 중도화되어 있어서 정책만 보여주고 당을 맞춰 보라고 하면 알 수가 없을 정도에요. 민노당 정도나 좀 차이가 있을까요?
윤여준) 그럼 정책 선거를 하라는 요구 자체가 틀린 건 아닌가요?
이혁) 정책이라기 보다는 국가의 기본 방침이나 노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교육 정책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보다는 세계의 중심에서 우리나라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얘기가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교육 정책을 왜 대통령이 직접 말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 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교육부 장관이 발표하면 되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이 일일이 직접 발표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대통령 후보는 세세한 정책 보다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윤여준) 그런 거대 담론도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국민에게 다가갈 수가 없으니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실생활에 관한 정책에 대해 대통령 후보가 얘기하는 거겠지요.
윤치호) 후보마다 큰 틀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만 가지고는 그 후보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지요. 후보들도 처음에는 큰 그림을 발표하고 점차적으로 세세한 공약을 발표하는 전략을 쓰는데, 그렇게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국민들도 처음에는 뜬금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나하고 연관이 있구나, 뭐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거죠.
서상범) 대중들도 정책 선거를 하라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저런 꼴이 보기 싫으니 차라리 정책 선거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아요.
윤치호) 언론에서 정책 선거를 하라고 주문하는데 거기 나온 사람들 대부분은 교수나 전문가 집단입니다. 전문가들이 그런 얘기를 하고 언론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정책 선거가 강조되지만 정책이라는 게 아는 사람이거나 자기 영역인 경우에 관심 있는 거지 대다수 유권자들한테는 안 먹히는 거에요.
윤여준) 정당도 막상 정책 정당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정책에 힘을 기울이지 않는 건 그게 표와 큰 연관이 없기 때문이에요. 겉으로 표방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습니다. 말이 좋아서 정책 대결이지, 실제로는 구현하기 어렵다는 거죠.
이혁) 실제로 이명박 후보는 실용을 주장했고 정동영 후보는 가족을 주장했잖아요. 이런 것들을 국민들이 좋아하는 거죠. 구체적인 정책은 잘 안 보면서도요.
윤여준) 지금 정치권의 일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중에 국민들이 이념적으로 보수화됐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윤치호) 노무현 정권의 아마추어적인 국정 관리 능력에 지친 국민들이 진보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고 반사적으로 보수 쪽으로 돌아선 것이지만 완전히 이념적으로 회귀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여준) 진보의 가치에 끌려가던 움직임이 줄고 상대적으로 보수화 되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이념적으로 보수화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군요? 대학생들은 어떤가요? 특히 지난 대선에 비해 20대들이 냉정하고 차분해졌다는 평들이 많이 있던데요, 이걸 탈 이데올로기화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보수화라고 봐야 할까요?
서상범) 보수화 보다는 탈 이데올로기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이념 대결이 아니라 현실적인, 피부로 와 닿는 뭔가를 원하고 있고요, 상당히 실용적인 노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치호) 조사를 해 보면 연령 대 별로 성향이 확실하게 달랐는데 지금은 어떤 이슈에 대해 20대가 예전과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5,60대와 비슷한 조사 결과를 보이기도 하지요.
윤여준)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요?
윤치호) IMF를 겪으면서 이념보다 실질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거지요. 50대와 20대가 가정의 일원으로 어려움을 같이 겪으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할까요?
이혁) 원래 경제적인 어려움이 이데올로기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들을 북한과 연결 지어 생각하기도 했는데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면서 북한의 실상을 보게 되니까 실용에 대한 욕구가 이데올로기화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윤여준) 세대 간에는 그렇다 치고 계층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세요?
윤치호) 야당 후보만 놓고 보면 계층 간에 딱 갈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명박 후보는 야당이면서 주류인 사람들, 고학력, 고소득층이 지지하고 박근혜 전대표는 저소득층과 특정 지역의 지지가 높았던 성향이 있었습니다.
윤여준) 가진 계층과 못 가진 계층으로 얘기할 때 빈곤한 계층이 진보적이라고 보지 않습니까? 그 점은 여전히 유효한가요?
윤치호)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를 바꿔야 자신의 입지가 바뀌니까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 번 바꿔봤는데 사회가 안 바뀌더라 이거지요. 어떻게 보면 노무현 정권이 실패한 이유가 고단한 사람을 더 고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서민들이 계속 지지할 수 없는 거죠. 표를 주면 뭔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나도 바뀐 게 없고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윤여준) 그래서 집권 세력의 지지 기반이 돌아섰다는 거지요. 정동영 후보의 선거 전략이 안 먹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녀간의 차이도 있나요?
윤치호) 예전에는 조사를 해 보면 주부층, 40대 여성이 투표하는 쪽이 이겼습니다. 투표율도 높고 실질 투표도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과 좀 다릅니다. 예전과 달리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아졌어요. 저마다 자기 생각을 가지고 투표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사라진 거지요.
윤여준) 대학교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 간에 정치의식 차이가 있나요?
서상범) 별로 없습니다. 대학교 자체가 중성화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요즘 여학생의 인권을 신장해야 한다 그런 얘기하면 어느 시대 사람이냐는 말 듣기 쉽고요, 남자, 여자를 갈라서 생각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윤여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었고 이제 대선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한나라당 내에서 심각한 내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 보시나요?
서상범) 경선 과정이 워낙 치열했으니까 그 후유증이겠지요. 저는 나름대로 이명박 후보 측에서 박근혜 전대표 측을 충분히 끌어안았다고 봅니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 대선에 맞춰 실용적으로 자리 배치를 했고 필요한 인선을 했다고 보는데 박 전대표 측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윤치호) 이명박 후보 측에서 판단을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선 전에는 워낙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까 쉽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경선에서 이기긴 했지만 당 내에서만 보면 진 거거든요. 또 후보가 확정된 이후에도 박 전대표에게 강하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어요. 높은 지지율을 믿고 박 전대표가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는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절박한 심정이었으면 여러 가지 액션을 취했을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결국 문제가 생긴 거지요.
이혁) 입장을 바꿔서 이명박 후보 측에서 자리를 내 놨으면 박 전대표 측에서 잘 도와줬을까 하는 의문도 있긴 합니다만 이긴 쪽에서 포용력 있게 안아주지 못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포용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번 내분은 이명박 후보의 정치력을 테스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이번 과정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만약에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이 기게 된다면 앞으로 5년 동안의 국정운영 능력을 예측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윤여준) 최근 이재오 의원 때문에 많이 시끄럽지요? 결국 최고위원 직을 사퇴했는데 왜 이재오 의원이 욕을 먹었다고 보세요?
윤치호)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 후보는 비주류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보가 되었는데도 당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거죠. 그래서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하는 거고 그 악역을 이재오 의원이 맡았는데 악역이 반복되다 보니 폭발한 거지요. 이재오 의원은 자기 할 일을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이혁) 지금까지 경선에서 치열하게 싸웠는데 진 쪽이 발 벗고 나서기는 쉽지 않을 거고, 그런 걸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정치력이거든요. 이재오 의원도 그 정도 경력이면 그 사람들을 야단칠 것이 아니라 소리 소문 없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정치력이 필요한데 너무 공격적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윤치호)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자기 자리가 있는 법입니다. 이재오 의원이 후보를 만드는 데는 적합한 사람일 수 있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데는 안 맞는 사람일 수 있거든요. 따라서 이재오 의원 문제가 불거지면 또 다른 사람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후보의 정치력이겠지요.
서상범) 제가 보기에도 어쩔 수 없이 악역을 맡았다는 느낌이에요. 당내 기득권 세력이 있고 그 세력을 이겨서 입성했는데 승자 쪽에서 너무 직설적으로 나오니까 서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않나 싶습니다.
윤여준) 이회창 전총재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잖아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복귀하고 하면서 자신이 속한 당에서 경선을 통해 뽑은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치호) 개인적으로 정치인은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사명감이나 능력,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죠. 대신에 명확한 설득 논리가 필요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출마했다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겠죠.
서상범) 정치인이라면 상황 판단에 따라서 나올 수 있죠. 그런 선례들을 많이 봐 왔고,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니까 이번이 뚜렷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나올 수 있죠.
이혁) 저는 한 마디로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년간 국민들과 어떠한 의사 소통이나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갑자기 자신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양 출마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윤여준) 그런데도 이회창 전총재는 출마 선언 전부터 지지율이 높았잖아요? 특히 지난 번 선거에서는 20대가 이 전총재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번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지지율이 꽤 나왔어요. 그 이유는 뭘까요?
서상범) 저는 지난 대선에서도 이회창 전총재를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병풍 문제가 일어났을 때도 그 분이 네거티브에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요. 병풍 문제를 빼고 나머지를 보면 국가를 끌고 나가는데 부족함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했죠. 그 때는 제가 튀는 성향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제 성향이 일반적인 성향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후보 지지층에서 일부가 이동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문국현 후보입니다. 20대에 문국현 후보 지지자들이 꽤 있는데 그 이유는 이명박 후보도, 정동영 후보도 싫기 때문이에요. 그 중 일부가 이회창 전총재에 간 것 같습니다.
윤치호) 이회창 전총재는 이미 천만 표를 두 번이나 받은 분이거든요. 이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지지 기반이 튼튼하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당선될 거라는 데는 의문이 생깁니다. 지지 기반만큼의 비토 세력이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윤여준) 이회창 전총재는 자신의 출마 명분을 언급하면서 특히 '국가정체성' 확립을 거론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다들 동의하시나요?
서상범) 국가 정체성에 대해서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측면인데, 이것은 여러 분야에서 이명박 후보와 같은 노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까지 현 정권이 취해왔던 대북 정책과 대미 관계와 관련해서 분명 현 정권의 방향성에는 수정할 부분이 있지만 이미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방향과 동일하기 때문에 출마 명분에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둘째는 국가 정체성 확립을 국가 권위의 확립으로 해석했을 때의 측면인데, 이에 대해서는 동의 합니다. 앞에서도 말이 나왔지만 현 정권이 권위주의 보다는 권위를 무너뜨렸기 때문이지요.
이혁) 무엇보다 이회창 전총재가 말하는 ‘국가정체성’이라는 것이 좌파정권의 종식을 의미하고 있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21세기인 지금, 좌파정권이라고 규정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현 정권에 대한 비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윤치호) 이회창 전총재가 주장하는 국가정체성은 전통적인 보수의 가치로 판단되나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가정체성은 보수우파의 대표성을 확보하려는 본인의 의도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으나 급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획일화된 전통가치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시대를 회귀하는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너진 국가관을 재정의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여준) 이회창 전총재는 이명박 후보가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이회창 전총재가 이명박 후보보다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서상범)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회창 전총재에게 표가 더 몰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회창 전총재에 대한 호, 불호를 떠나 객관적인 판단으로 두 후보 모두 국민의 신뢰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이회창 전총재는 도덕적 신뢰의 문제보다는 능력을 더욱 부각 시키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이혁) 사실 이회창 전총재가 내건 출마명분에 대해 우파의 일부를 제외하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을뿐더러 정권 교체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적전분열의 인상만 주고 있어요. 게다가 이회창 전총재는 DJ와 달리 지난 5년간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한 일이 없습니다.
윤치호) 후보에 대한 신뢰는 단순히 국가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의혹에 대한 검증도 포함되므로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 사건 전개에 따라 표쏠림 현상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윤여준)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이회장 전총재뿐 아니라 손학규 전지사도 그랬고 더 과거로 올라가면 DJ도 마찬가지잖아요. 이런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윤치호) 사실 국민들의 수준에 맞는 정치인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그런 행태를 반복한 것이고요. 이번 대선에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서상범) 손학규 전지사가 경선 전에 탈당하고 여당에 가서 대통합을 이루자고 하는 걸 보고 처음에는 분노를 느꼈어요. 그래서 그 분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는 듣지도 않고, 또 시작이구나, 제2의 이인제가 나오는구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혁) 사실 국민들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 개표를 해 보면 국민들이 무섭다는 걸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윤여준)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나라 정치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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